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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스독

오다자 / 백일몽 白日夢

큐브QUUV 2016. 12. 27. 00:05


* 24화 도스토 나온 기념으로 돌린 알티이벤트 1.

* 문스독이 벌써 끝이라니. 이럴 수가.

* 뒤로 갈 수록 내용이 산으로 감...





오다자

/ 백일몽( 夢 )





ㅡ오다사쿠, 난 어쩌면 좋지?





*


푸른 밤의 슬픔이 남자를 집어삼켰다. 상현달이 피어난 밤하늘. 남자가 마른 목을 적셨다. 알코올이 들어간 음료는 더 이상 목을 적시게 만들 수 없었음에도, 계속해서. 붕대로 감싼 목이 점점 달아올랐다. 조금 전부터 자신을 지배하던 갈증에서 벗어 날 수가 없었다. 영원히 채워지지 못할 거야, 이 갈증은. 자조적으로 중얼거린 그 말에 남자가 웃음을 큭, 터트렸다. 답지 않게 감정에 젖어버렸어. 벽에 걸린 시계를 눈짓으로 쫓은 남자가 글라스를 두드렸다. 나갈 시간이야. 알코올이 절반쯤 남은 글라스를 올려두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곧 그분이 오실 텐데. 더 있지 않으셔도 되는 겁니까? "



지긋이 나이를 먹은 목소리가 남자의 뒤를 찔러왔다.



" 벌써 몇 년째 같은 대답을 하고 있지 않나. 좋은 바텐더란, 자고로 그 무엇에도 관심을 두지 말아라고. 자네를 위한 충고네. "



남자가 남기고 간 글라스로 손을 내민 바텐더가 입꼬리를 들어 올려 은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분을 뵐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은 밤 되시기를. 고개를 꾸벅 숙인 바텐더에게 붕대를 매어감은 손으로 인사를 해 보인 남자가 멈추었던 걸음을 옮겼다. 딸랑, Bar Lupin의 맑은 종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아무도 남지 않은 바의 안에 어둠이 드리웠다. 상현달의 옅은 달빛만이 바의 안을 비추었다. 달빛 속에 잠겨버린 다음 손님을 환영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


" 다자이-! "


아, 오늘도 결국. 자신을 향해 큰 소리를 내지리는 쿠니키다를 향해 헤실헤실한 미소를 만들어 보인 다자이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술 한잔이라면 무엇이든 괜찮다는 생각에, 또. 1년 중 단 하루. 저 깊은 추억 속에 파묻혀 끌어올릴 수조차 없는 그곳으로 무심코 걸음을 돌리는 날이 있다. 정신을 차려보면 나도 모르게 강물에 몸을 던지고, 굵은 밧줄에 목을 매달고. 서랍 속에 잔뜩 쌓아 놓은 약들을 한 알 한 알, 정성스럽게 입에 넣고.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간신히. 멍청할 정도로 간절하게 걸음을 돌리는 날이 있다.



" 이야, 쿠니키다군. 아침부터 시끄럽네 정말. "



오늘은 이미 자살 일정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채워져 있으니까, 쿠니키다군과의 대화는 내일로 미루도록 할까! 아, 물론 사무소의 일도 말이지. 쿠니키다군은 계획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니까, 분명 이런 나를 이해해주리라 생각하네. 점 짓 진지한 목소리로 마지막 문장을 끝마친 다자이가 평소와 같은 미소를 꾸며내었다. 도저히 살 맛이 안 나는 인생이야. 조금 전 급하게 써 내린 오늘의 계획표를 쿠니키다 앞에서 흔들어 보이며, 다자이가 오른손을 붕붕 저어 인사했다. 언제나처럼 속사포로 쏟아져나오는 쿠니키다의 잔소리를 견딜 여력이, 오늘의 자신에게는 없었다. 옳은 말만을 내뱉는 그의 말을 듣다 보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으니.



" 자, 그럼 쿠니키다군, 내일 보세! "



무거운 발걸음을 간신히 끌어 쿠니키다를 등진 다자이가 사무소의 정문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 발을 내딛으려 '시도'했다. 그러니까, '시도'만 했다. 무장탐정사라는 간판 앞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끔하게 서 있는 한 남자에 의해, 다자이의 행동이 전부 제지당해버렸다.


붉은빛이 아주 살짝 감도는 갈색의 머리카락과 마피아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언제나 별처럼 빛났던 은회안. 있을 리 없는 사람의 형체에, 다자이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하하, 이제 하다 하다 자네의 환상까지 만들어내나 봐, 오다사쿠. 자신의 앞에 흩뿌려진 그의 자취를 잊으려 고개를 푹 숙였다. 오다보다 조금 더 진한 고동빛의 머리카락이 눈앞의 시야를 차단했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자신의 뒤에서 열을 내던 쿠니키다가 무언가 이상함을 알아차렸는지 소리를 죽이고 자신을 바라보았다. 아, 그래. 어서 정신 차려야지. 다자이가 입꼬리를 당겨 광대 같은 미소로 입가를 물들였다.



" 어이, 다자이. 왜 그러나? 그렇게 자살시도를 하더니 진짜 죽어버리기라도 한 거냐, 이 자살 마니아! "


" 이야, 쿠니키다군. 그러니까 쿠니키다군이 거기까지 인 거라고. "


" 하아?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다자이! "



그러게, 내가 지금, 무슨 헛소리를 내뱉고 있는 걸까. 뒤틀린 생각이 그대로 튀어나왔다. 완성되지 못 한 체 허공을 맴돌던 단어가 나열되지 못한 채 문장을 형성했다. 어서 벗어나야지. 자네의 환상을 보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고통스러운 일인 것 같거든. 따끔거리는 심장을 뒤로한 다자이가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한번, 힘겹게 내디뎠다.



" 자살을 꿈꾸는 건 여전히 변함없군, 다자이. "



절대 잊을 수 없는 생생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진. 다자이가 눈을 크게 떴다. 사라져야 마땅할 환상이 머릿속을 꽉 잡곤 놓아주지 않았다. 환상일 뿐일 텐데.



" 오다... 사쿠? "



중얼거린 그 말이 공중에서 흐트러졌다. 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붕대가 조여지며 손이 하얗게 물들었다. 




온몸에 붕대를 두르고, 그대로 잠에 드는 건 어떨까. 


아픈 건 싫은데.


그래도, 자네를 보고 싶어. 



손목을 긋고, 붉은 핏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건 어떨까.


아픈 건 싫은데.


그래도, 자네가, 그리워.



참으로도 모순적이고 더럽혀진 감정이 속에서부터 끓어올랐다. 안전하고 쾌적한 자살, 자살, 자살! 미녀와의 동반 자살, 자살, 자살!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삶을 향해 발버둥 치는 그를 보고 있자니, 죽음을 꿈꾸는 자신이 너무나도 하찮아 보여, 숨을 내쉴 수가 없었다. 언젠가 흘리듯 들은 문장이 생각났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눈물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간신히 만들어 낸 광대의 웃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자네를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지금껏 일어난 모든 일이 꿈은 아니었을까. 한없이 이어지는 몽상에 취해버린 건 아닐까. 아침마다 눈을 뜨곤 주위를 살피기 일쑤였다. 혹, 오늘은 자네가 내 옆에 있을까. 헛된 꿈을 꾸며.




그러니, 혹 내 앞의 자네가 거짓된 존재라 하여도.


나의 환상에서 만들어진 이세의 존제라 하여도.





기꺼이, 네게 홀리겠어.




***




* 이게,,, 모지,,? 죄송ㅇ합니다 블릿님 제가 제 정신이 아니에요,,,

오다사쿠는 살아난ㄴ 거랍니다

어째서인ㄴ지는 모르겠지만()


* 사실 뒷 이야기가 조금 더 있는 터라 (해피한 내용,,,) 언젠가 이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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